
그는 강남 풀사롱의 우두머리랍시고 이것저것 명을 내리는 -물론 직접적으
로 명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부탁의 형식을 띠었지만- 중천이 꽤나 마
음에 들지 않는 듯했다.
"선조님께서 약속하신 일입니다!"
비무영이 발악하듯 소리쳤다. 그러나 위지황은 코웃음만 칠 뿐이었
다.
"약속은 무슨 얼어죽을 약속. 이건 마치 유비(劉備), 관우(關羽),
장비(張飛)의 후예들이 나라를 되찾겠다고 난리치는 것과 다를 바 없
잖아? 하긴, 수백 년이나 지난 일을 가지고 약속 운운하는 것도 우스
운 일이지만 얼씨구나 받아들인 것도 문제가 있지."
위지황이 정색을 하며 비무영을 응시했다.
"혹시 아버지가 노망나신 게 아닐까?"
비무영이 기겁을 하며 소리쳤다.
"공자님!!"
"알아, 알아. 하도 답답해서 해본 소리니까 그렇게까지 발작할 필요
는 없어. 아무튼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고 난 이따위 싸움에 관
여할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다. 그러니까 날 끌어들일 생각은 애당초
하지 말라고."
말이 끝남과 동시에 몸을 돌린 위지황이 느긋한 팔자걸음으로 발걸
음을 놀렸다.
"정말 이러실 겁니까?"
강남 풀사롱이 잔뜩 불만 섞인 표정으로 물었다.
"이미 말했잖아. 쓸데없는 일에 기운 빼지 마라. 설득한다고 들을
내가 아니다. 난 이대로 천하 유람이나 할란다. 이 참에 동정호(洞庭
湖)도 구경하고 천하 절경이라는 소주, 항주도 보고, 정 싸우고 싶으
면 너나 가서 싸워라."
휘휘 걸음을 내디디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손을 흔드는 모양이 조금
의 미련도 없다는 태도였다.
강남 풀사롱은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씩씩대더니 냅다 자갈 하나를 걷어
찼다. 맹렬히 날아간 자갈이 노송에 부딪쳐 박살이 났다.
"내가 미치고 말지 정말."
그래도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쉰 그는 위지
황의 곁으로 재빨리 따라붙었다.
'왜 왔냐?'라는 듯 쳐다보는 위지황에게 한소리 하는 것도 잊지는
않았다.
"그림자가 혼자 돌아다니는 것 봤습니까?"
바로 그때였다.
위지황이 손가락을 입에 대며 주의를 주었다.
"쉿!"